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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둘 말(또는 상황)들 director Kwak

상황들에 끌려갈 나이가 아닌, 상황을 끌고가는 나이인 지라 이것저것 생각해 보는 주말이 마치 내게 참먹이를 주는 시간같다. 마침 비도 차분차분 오고, 이 정서가 끌어내는 심리에 따라가보자.
1) 싸구려 이케아 우산이 이렇게 잘 써먹어 질줄이야... 바람불면 나사를
조이면서, 햇빛 나면 발코니에 앉아보는 낭만을 느끼면서 그 아래서 그늘받으면서,
참 이래저래 근 몇년 동안 발코니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가족이 되었다, 이 파라솔.


잘 사들인 거겠지만 참 잘 사귀기도 한 것 같다.
사람역시 저렴한 사람이 있고 비싼 사람이 있을지언데 (이건 인격에 대한
저렴하고 값나가고의 차이를 일컫고 있는데), 저렴한 인격과 사귀게 되는 케이스는
아마도 이런 딱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때문이리라.


이 어울림이야말로 인연이라는 선물 아니면 어떻게 만나졌겠나 싶다.
내가 인연을 참 잘 골랐구나 싶어지는 게, 마음에 선택의 시원감이 안정을
부여하는 지라 그 청명함에 기분업된다.


지인의 한 친척이 한국의 한 재산가인가 본데, 몇해 전 평소 운전기사로 계시던
직원에게(그댁에선 다들 과장님이라고 부른다) 아파트 한 채를 
선물해줬던 일이 있다. 


쥔장이 원최 어진 집안의 자손이기도 했지만, 집안 좋다고 직원한테
그러한 덕이 베풀어지는 것도 아닌 지라, 그러한 특별한 베품은 아마 그 운전기사님과
그 쥔장 사이의 잘 맞는 특별한 인연괘에서 만들어진 서로 잘 닦인 상호작용적
사례이리라.


그러니 나보다 덜 가치있는 사람이든 어쨌든 간에
사람간 그런 높낮이를 떠난 더 긴요한 지대가 있게 마련인데, 그 긴요 지대를
갖고있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고 대개 그런 긴요 지대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저렴한 것 가운데 고마움이 느껴지는 저 파라솔과 나의 관계처럼 
우리 일상에도 이런 복이 어쩌다 한 번 오게 되니 
더욱 긴요해지는 발코니에의 식사.


저렴한 사람이라도 저런 파라솔 같은 존재가 있다면 그(또는 그녀)는 빛나는 사람!
나는 공주병은 아닌데 내가 만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역시 저런 파라솔 같은 기우가 있어서이리라
2) 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커피잔을 갖고도 영 어울리지 않는 사물이 되었다.
서로 어울림직해서 내었는데 놓아보니 따로따로 논다. 
서로 잘난 존재들끼리 있으면 이래서 따로따로 논다. 서로 잘 섞이질 않는다.
그저 잘 놓여져 있을 뿐이다.


이 경우, 서로 어울리게 하려면 테이블보를 오래된 흰 린넨으로 바꿔주었어야 했다.
그러면 이 커피잔, 커피주전자, 접시 이 3가지 각기 브랜드 다른 섞임을 무리없이
그러한 흰 린넨이 커버하게 돼있다. 매니지먼트가 이래서 중요하다.


값싼 린넨이든 고급 린넨이든 간에 
이 귀한 커피잔과 좀 우아한 저 커피주전자, 그리고 상황에 맞게 골라진 엔틱 저 접시, 
이렇게 각기 다른 존재감들을 무리없이 지휘하려면 
이 존재감들에 맞게 대접해주는 테이블보여야만 했다.


그 어울림은 흰색 린넨이면 족할 만 하고, 그 린넨이 싸든 비싸든 그건 
상관없이 흰색이 더 나을 거라는 고민 정도는 하고 골라졌어야 했다.
내가 한 거니 내 심리를 더욱 잘 알기에 나오는 소리다.


하긴, 그때 막 앵두 따와 얼릉 어두워지기 전에 발코니에 앉아 커피 마시고 
싶었었으니 그런저런 고민없이 헐레벌떡 그냥 이 정도로 내왔으리라.
그러나 "그냥"이라는 말을 맘속으로 경계하고 있었다면 필시 나는 
흰 린넨을 내왔으리라. 


"그냥"이라는 말은 별볼 일 없는 일을 대할 때 나오는 
인간의 평소 맥없는 습관과도 같은 맥락일 터. 귀한 사물을 대할 때 내 행동은 그저
"그냥"이라는 평소대로의 귀함없는 상태의 연속이었으니 
내가 그릇으로부터 비어먹을 행복감을 내 스스로 밀어낸 꼴이 되고 말았다, 그냥 
준비해버렸던 탓에 말이다.
3) 스웨덴 와서 처음으로 사와지던 양고기. 가끔 식당이나 시댁에서는 막었지만
우리집에서는 처음이었다. 내가 양고기 요리를 어떻게 하는 지 몰랐던 지라
전혀 그쪽으로 눈 트이지 못했던 탓도 있고, 또 양고기 하면 쇠고기 돼지고기처럼 
생각돼지지가 않아 딴나라 얘기같기만 하던 내 느낌 탓이었을 게다.


어라, 그런데 그날은 쉽게 양고기에 도전하고픈 심리가 되는 거였다. 
뭐 그래봤자 생양고기 사와서 불에 굽기만 하면 되는 양고기바베큐였지만, 
'왜 그간 생각에 없던 양고기가 다 생각났던 게지?' 라고 내 스스로에게 물어봐지던
당시 심리를 기억하기 때문에 남기고 싶다. 


그날 이상하게, 평소 안 먹였던 양고기를 내 손으로 해서 먹이고싶던 심리가 일었기에
참신하기도 했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양고기를 6년 내내 한번도 내 손으로
해준 적이 없었다고 생각하니 이런 내가 좀 어이없어지기도 해서 이 상황을
나중에라도 기억해야지, 하는 심리도 깔려있을 듯하다.


아마도 아래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양고기를
그날따라 해주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1년만에 앉아보는 발코니이니 만큼 그 신선함에 그 기분이 얼마나 보통 일상과는
달랐겠는가. 것보다도 우선 이 청바지천 잘라논 헝겊을 보라. 파라솔을
고정시켜놔도 바람에 좀씩좀씩 그 나사 죄어논 우산이 풀어질 수 있으니, 이렇게
헝겊을 고정시키고 나사를 죄어야 더 튼튼해진다는 남편의 논리!


뭐 내가 이런 논리칭찬을 하기 위해 꺼내는 서두는 아니다. 
사건은 그날 아침 남편이, 못 입는 청바지를 잘라놨다는 거다. 그것도 사각으로 아주 
반듯하게, 여기 파라솔 나사 튼튼하게 죄어놓으라고, 손바닥만한 청바지천을
잘라놓았다는 거다. 


이거 뭐야? 내가 물으니 발코니를 가리키며, 내가 맨날맨날 저기 앉아 있으니
파라솔 덜 흔들리게끔 장치가 필요할 듯하여 청바지 천을 잘라놓았다고 했다.
어랍쇼.... 돈보다 신선한데? ㅋㅋㅋ 
생각지도 못한 그런 배려에(이건 내가 생각조차 못한 아이디어라 
신선하기도 했다) 남편이 좀 뜬금없다 여겨지기도 하면서 새로웠달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 했지? 그게 종일 생각나 슈퍼에 갔을 때 불현듯
남편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양고기가 생각나더라는 거다. 것도 한 몇년 전에 들엇던 
양고기 좋아한다던 말이 하필 그날 머릿속에 되살아났던 것! 


인간의 뇌는 이런 것일까? 
생전 생각 안 나지던 어떤 말이 어느날 갑자기 뇌에 잡히게끔 되는 데까지는,
상대에 대해 신선한 뭔가를 보던, 그런 순간 뇌가 순식간에 옛저장물이던 
기억투어(momory tour)라도 하고 있길래, 쑝 하구서 튀어나왔던 걸까? 
그 양고기에 대한 기억이?


몇해 전 남편이 말했던, 양고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대목이 하필 그날 
뇌리에 떠올랐었기 때문이다. 청바지천 사각으로 잘라논 거 하나 해놨다고 
부인의 뇌까지 180도 회전해버렸다는, 그런 여인네의 고마움 따위 말하려는 게 아니고, 
인간의 뇌에 호기심이 일어서 하는 말 말이다.  


어떻게 그 몇년동안 가만히 숨어지내다가, 남편이 저 사각천으로 청바지를 잘라놓던
그날 하필이면, 잊고있던 양고기가 튀어나오더란 말이냐! 거참, 청바지 잘라
발걸레라도 만들어놨다면 양고기 바베큐가 아닌 양 한 마리까지 잡았겠다, 란
얘기가 아니라, 저 손바닥만한 천 잘라놓기 아이디어에 부인 뇌가 신선해진 나머지
기억투어를 했음이 틀림없어! 이런 거 말이다!
기억투어일까? 
아니면, 내가 스웨덴에 이만큼 살았으니 이제 쇠고기 돼지고기 수위를 벗어나서
다른 고기도 이제 해볼 수 있겠다는 주부로써의 탄탄한 기본기에 도전해보고픈
심리라도 생긴 거여서? 


뭐 둘 다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이란, 이런 청바지 잘라놀 발상같은 걸
매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론, 인간은 왜 매일매일 이런
배려의 발상을 못 갖는 걸까.... 이런 생각이 더 절실히 드니 혹시
우리시대에 개발해논 텔레비젼, 컴퓨터, 휴대폰, 또 요샌 VR까지, 이런 것들에
정신팔려 그나마 쉬는 시간을 이런 것들에다 시간주는 2000년 이후의
새로운 문명 탓일까? 


아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청바지 잘라논 거 하나로 문명까지 가버리다니 이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햇다.
어쨌든 일상에서 부부지간이라도 신선함을 봤다는 게 이렇게 에너지업되는데, 
하물며 타인들간에도 신선함으로 유지된다면 얼마나 일상 자체가 에너지업될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래서 "그냥" 의식없이 살아가면 안 되는 거라는 걸 
"에너지 있고없고의 차이"로 간주하게 되니 중시여기게 되는 것 같다.
"그냥"이라는 말은 존재감도 없지만 일상을 아무렇게나 살고있다는 하나의
표시와도 같다. 라고 메모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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